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플라이라인 새것으로 교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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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플라이 라인을 새것(DT3F)으로 교체했다. 더블테이퍼 3번 물에 뜨는 라인(DT3F, Double Taper 3 Floating) 한 개를 3년 가까이 사용했다. 처음 플라이낚시를 시작했을 때는 앞부분이 무겁게 설계된 웨이트포워드 라인(WF, Weight Forward)를 사용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앞부분이 가볍게 설계된 더블테이퍼라인이 라인 컨드롤이 편하게 느껴졌다. 기존에 쓰던 라인이 앞뒤로 모두 갈라져서 더 이상 뒤집어서 사용할 수도 없게 되어 새 라인을 구매했는데 캐스팅 시에 너무나 부드럽게 가이드 홀을 미끄러져 나간다. 진작에 바꿀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과소비를 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아끼는 것도 문제가 있다. -2024.5.18 Shin Ho Chul 5월 중국 시안 친링산맥(秦岭山脉)의 이름 모를 노란색 야생화

5월에 피는 분홍색의 작약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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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맘때가 되면 크고 진한 향을 나누는 작약(芍药, Paeonia) 꽃이 핀다. 중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모란(牡丹)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모란은 나무로 자라고 작약은 풀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봄이 되면 싹이 난다. 작약 뿌리는 봄이나 가을에 수확하여 말린 후 차로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작약 꽃의 꽃말은 '수줍음'을로 검색된다. 중국에서는 많은 꽃말(花语, 寓意)을 가지고 있는데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움(美丽动人)', '진심(真诚)', '부귀(富贵)', '첫눈에 반한 사랑(一见钟情)' 등이 있다.  중국 당나라 시인 왕정백(王贞白)의 '작약(芍药)'이라는 시(诗)가 있다.  芍药 작약 唐,王贞白 芍药承春宠,何曾羡牡丹。작약은 봄에 사랑받는 꽃으로 모란을 부러워한 적이 없다 麦秋能几日,谷雨只微寒。보리가 익는 시간은 짧고 곡우는 조금 추울 뿐이다 妒态风频起,娇妆露欲残。시샘하는 마음은 요동치고 아름다움은 결국 사라지기 마련이다 芙蓉浣纱伴,长恨隔波澜。물가의 미인(서시, 西施)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그리워하듯이 -2024.5.17 Shin Ho Chul 5월의 작약(芍药) 꽃

플라이낚시를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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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플라이낚시(Fly Fishing)를 시작했으니 2024년 현재 기준으로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의 플라이낚시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플라이낚시는 나에게 바쁘고 힘든 업무와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에서 편히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아직도 이름 모르는 야생화가 수두룩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수서곤충의 모습과 생활사에 놀란다. 공부해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고 조금씩 물고기와 주변 생태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타잉(Tying)을 하지 않고 훅을 모두 구매해서 사용했다. 최근에는 타잉을 시작하면서 플라이낚시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다. 물고기의 주요 먹이가 되는 수서곤충과 작은 물고기들을 상상력과 관찰을 섞어 모방하여 만든 플라이 훅은 물고기와 나를 연결시켜주는 열쇠(Key)가 된다. 물고기와 플라이 훅의 연결 고리를 고민하고 관찰하고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은 낚시 행위 자체의 즐거움과 맞먹는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할 것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두려움에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몸과 마음을 분산시키는 자신을 보았다. 어쩌면 그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해보지 않았다는 퇴로(退路)를 만들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2024.5.16 Shin Ho Chul 비드 미노우 훅(Bead Minnow #16)

덩이괭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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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이괭이밥(Pink Sorrel)은 흔히 사랑초라고 불리는 식물로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지월동(越冬)을 한다. 거의 똑같이 생긴 자주괭이밥이 있는데 꽃 중심부가 녹색이고 꽃밥이 흰색이다. 덩이괭이밥은 꽃 중심부가 붉은색이고 꽃밥이 노란색이다(어류, 곤충, 식물 중 식물 이름 찾기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처음에는 잡초로 생각해서 뽑을 뻔했는데 작은 자주색의 꽃이 예뻐서 키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마당 한편 햇살 좋은 위치에서 꽤 많이 번식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꽤 오랜 기간 꽃을 피운다. 저녁에는 꽃잎이 돌돌 말려접힌다. 사랑초라는 이름답게 꽃말은 '당신을 끝까지 지켜줄게요'라고 한다. -2024.5.14 Shin Ho Chul 꽃 중심부가 붉은색이고 꽃술이 노란색으로 덩이괭이밥이다. 사랑초라고도 부른다.

자연과 도시, 타이핑위허강 플라이낚시 조행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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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오전 9시, 나는 베이징의 기차역에서 내렸다. 5월 6일 베이징을 떠난 후 3일 만에 도시의 현실로 복귀했다. 높고 웅장한 절벽과 크고 세아릴 수 없을 만큼 빼곡한 푸른 나무들,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과 계곡의 경쾌한 물소리, 높은 나무 사이사이 절벽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 그 사이로 은은하게 다가오는 숲의 향기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느덧 웅장한 절벽만큼이나 높아 보이는 시멘트 건물들, 초라해 보이는 도심 속 가로수들, 시끄러운 사람들의 대화소리, 지하철 등 도시의 날카로운 기계 소리,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 사람마다 다른 향수 냄새가 내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고작 이틀 자연 속에서 있었을 뿐인데 최근 20년을 넘게 생활해온 도시가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 일까? -2024.5.9 Shin Ho Chul 중국 시안(西安) 타이핑위허강(太平峪河)